'채용비리 혐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첫 재판…혐의 부인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첫 재판이 22일 열렸다. 함 행장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는 이날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함 행장 등에 대한 제1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모두진술을 통해 2015∼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이뤄진 함 행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함 행장은 2015년 공채 당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이를 전달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 행장의 지시를 받은 인사부는 지원자 면접 점수를 변경하거나 해외대학 출신자들을 따로 추리는 방식으로 합격권에 미달하는 이들을 합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함 행장이 이런 방식으로 합숙면접과 임원면접의 면접위원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함 행장은 2015년과 2016년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 1로 해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에서 함 행장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일련의 채용과정을 구분해 복잡하게 기소된 건인데 피해자로 특정된 것은 면접위원밖에 없다"며 "방해된 업무가 무엇인지가 특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함 행장 측은 "단순한 대학시험이 아니므로 점수만이 선발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며 "인사부의 사정 단계를 거치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종 통과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법상의 단체로서 사기업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채용의 재량을 지닌다"며 "제삼자가 보기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해서 형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함 행장 측은 이어 "특정 지원자에 관한 내용을 (인사부에) 전달한 것은 맞다"면서도 "통과(합격) 결정에는 영향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추천한 사람 중) 불합격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장의 추천이 인사부 담당자들의 행위나 면접의 공정성을 제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