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올 상반기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지배구조 개편, 구조조정 등을 위한 M&A가 활발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무역분쟁 확산 등에도 불구하고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 M&A 건수가 증가한 점도 특징이다.

국내 기업 결합, 건수 늘고 금액 줄어…"대형 M&A 없어"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발표한 '2018 상반기 기업결합 동향 및 주요 특징'을 보면 올 상반기 공정위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는 총 336건이며 금액은 175조4000억원이었다.

기업결합을 할 때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신고회사 3000억원 이상, 상대회사 300억원 이상이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국내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건수는 증가했으나 금액은 감소한 경향을 보였다.

국내 기업의 기업결합 건수는 266건으로 전년 동기(215건)에 비해 51건 증가했고, 금액은 2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1조5000억원)에 비해 19조9000억원 감소했다.

기업 결합 건수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합 금액이 감소한 이유는 전년 동기에 비해 대형 기업 결합의 비중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합 금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 결합 심사가 25% 감소(4건→3건)했고, 10조원 이상인 기업결합 심사는 올 상반기에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건(19조4000억원) 등 대형 기업결합이 다수 있었다.

기업 집단 내 사업 재편의 성격을 갖는 계열사 간 기업 결합의 경우 건수는 73.0%(63건→109건) 증가, 금액은 40.2%(25조6000억원→15조3000억원) 감소했다.

혁신성장 동력확보 및 신산업 진출의 성격을 갖는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은 건수는 3.3%(152건→157건) 증가, 금액은 60.4%(15조9000억원→6조3000억원) 감소했다.

해외 진출 등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국내기업의 외국기업 인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6건→4건) 했다.

사업구조 재편·구조조정 영향에 대기업 계열 기업 결합 증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의 경우 전반적으로 사업 구조 개편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기업결합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는 107건, 금액은 1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5건, 15조3000억원) 대비 건수 및 금액 모두 증가했다.

사업 구조 재편 목적으로 볼 수 있는 계열사 간의 기업결합의 경우 건수는 216.7%(18건→57건), 금액은 198.0%(4조9000억원→14조6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집단의 경우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주회사 전환,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결합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지주는 롯데상사, 롯데아이티테크, 대홍기획,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지알에스 등 6개 회사를 합병하는 방법으로 기업결합을 했다.

CJCJ제일제당을 통해 영우냉동식품을 합병했고, 태광은 한국도서보급을 통해 쇼핑엔티와 티시스를 합병했다.

혁신성장 동력확보 및 신산업 진출 목적으로 볼 수 있는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의 경우 건수는 85.2%(27건→50건) 증가했으나, 금액은 82.7%(10조4000억원→1조8000억원) 감소했다.

외국 기업 인수 사례…금호타이어·스타일난다

무역분쟁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 기업의 기업결합은 다소 위축됐다.

외국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는 70건, 금액은 15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80건, 206조1000억원) 대비 건수 및 금액 모두 감소했다.

결합 건수에 비해 금액의 감소폭이 큰 이유는 전년 동기에 AT&T-Time Warner 건(97조2000억원)이라는 초대형 기업결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 결합 건수는 전년 대비 20.8%(24건→29건) 증가했으나, 금액은 26.7%(4조5000억원→3조3000억원) 감소했다.

싱웨이코리아-금호타이어 건(6460억원), 로레알 그룹-주식회사 난다 건(5850억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식취득, 합작회사 설립 등의 결합이 발생했으나 1조원 이상의 대형 기업결합은 한 건도 없었다.

국내 기업을 인수한 외국 기업의 국적은 EU(7건), 중국(5건), 일본(3건), 미국(2건) 순이었으며, 미국은 75%(8건→2건) 감소한 반면, 중국은 150%(2건→5건)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전년 동기 대비 제조업의 비중(39%→37.8%)은 감소했으나, 서비스업의 비중(61.0%→62.2%)은 증가했다.

인수 방식(수단) 측면에서 보면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합병(56건→91건)이나 신산업 진출을 위한 회사 설립(52건→62건)은 증가한 반면, 지분 투자 형태의 주식취득(114건→104건)은 감소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