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비싼 외투'는 옛말… 이제 모피는 '젊은 패션상품'
중장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2010년대 초반 침체기에 빠졌던 모피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그동안 모피는 높은 가격과 과한 부피감으로 인해 겨울철 럭셔리 패션 아이템 자리를 프리미엄 패딩에 내줬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자인 변신을 통해 젊은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연도별 모피 부문 매출은 2015년 전년보다 11% 감소했지만 2016년 0.1%에 이어 2017년에는 17.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24.9%나 매출이 급증했다.

이런 모피 상품 실적 호조는 30대 여성 고객들이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연도별 연령별 모피 매출 비중을 보면, 30대는 2015년에 20%를 갓 넘긴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7%까지 늘었다. 3년 전부터 해외 경매시장에서 모피 원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 상품 가격도 3~4년 전에 비해 30% 이상 낮아진 영향이다.

또 진도, 동우 등 기존 정통 브랜드에 더해 젊은 감각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캐주얼 모피 브랜드가 숏 베스트, 롱 코트 등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인 데다 비비드 컬러 등 화려한 색상의 유색 모피가 잇달아 출시된 것도 한몫했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에 이어 겨울엔 역대급 혹한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여성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신세계백화점은 23일까지 서울 강남점에서 ‘신세계 퍼(Fur) 페어’를 연다. 진도, 동우 등을 비롯해 최근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나우니스, 임주 등 총 13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300억원어치 물량 4000벌이 마련됐다.

과거 모피 행사는 이월상품 중심으로 가격을 할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7월에 출시한 신상품도 최대 20%, 특가상품 및 이월상품은 최대 8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상품 구성도 기존 클래식 스타일에 더해 화이트, 사파이어 등 경쾌한 색상의 제품까지 다양하게 준비됐다.

우선 진도에서는 블랙그라마 재킷을 179만원에 5개 한정으로, 성진모피에서도 사파이어 메일재킷을 10개 한정으로 70% 할인된 150만원에 판매한다. 사바띠에는 소매가 없어 젊은 느낌을 주는 밍크램카라베스트를 140만원에, 디에스모피는 가볍게 연출 가능한 그레이&블루 색상의 폭스 숏 베스트를 100만원에 준비했다.

또 캐주얼 모피 브랜드인 임주는 고객 취향에 맞게 상품을 만들어주는 ‘프리오더 이벤트’를 선보여 정상가의 30% 기본 할인에 10%의 추가 할인까지 한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모피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져 2030 여성들 사이에서 모피가 더 이상 ‘사모님의 비싼 외투’가 아니라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외투’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번 ‘신세계 퍼 페어’는 예년보다 할인 폭 및 대상을 늘리고 특가상품도 다채롭게 준비해 모피 구매를 망설였던 젊은 여성 고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