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제재와 고율 관세 부과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러시아, 터키가 잇따라 미 국채 매각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미 국채 보유액을 줄이는 것이라는 해석과 달러화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채권시장도 전쟁… 中·러·터키, 美 국채 던진다
19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6월 말 외국 투자자의 미 국채 보유액이 전월보다 485억7000만달러(약 54조6000억원) 감소했다. 2016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로 감소한 것이다. 5월엔 외국 투자자의 미 국채 보유액이 267억달러 증가했다.

중국의 6월 미 국채 보유액은 1조1779억달러로 지난 2월 이후 가장 적었다. 5월에 비해선 43억달러 줄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1022억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6월에는 보유 규모가 149억달러로 감소했다. 터키의 6월 미 국채 보유액은 288억달러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주요 보유국 기준인 30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터키는 외환시장 불안으로 8개월째 미 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러시아 터키 등이 미 국채를 매도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금줄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국채 발행을 늘려 메우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국채 급매도세가 이어져 가격이 하락하면 시장금리를 자극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채권 금리가 일제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릭 뉴먼 야후파이낸스 칼럼니스트는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가진 위험한 무기는 미 국채”라고 전했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비중은 전체 발행액 15조달러 중 6.6%에 달한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달러화가 국제 결제에서 위험한 도구가 되고 있다”며 미 국채 보유 축소가 전략적 결정임을 밝혔다. 다만 블룸버그는 터키의 미 국채 매도는 리라화 환율 방어 능력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져 터키 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