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평생 보험료를 내고도 노후에 제대로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고갈 땐 '그해 걷어 그해 지급'… 월급의 30% 보험료로 내야
하지만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연금을 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도 “국민연금은 국가가 만든 사회보험 제도여서 기금 소진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지급이 보장된다고 보면 된다”며 “기금이 고갈되면 지금의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제도만 바뀔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연금 제도는 보험료를 장기간 적립해 운용한 뒤 수익금 등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적립방식(funding system)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연금 역사가 비교적 짧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부과방식(pay-as-you-go system)은 매년 걷은 보험료와 세금으로 그해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현 세대의 근로자·자영업자들이 같은 시대 은퇴자를 부양하는 구조다.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기금 소진 직후 예외없이 부과방식으로 전환했다. 지금까지 ‘연금 미지급’ 사태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배경이다.

다만 한국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세계에서 저출산·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여서다. 기금을 최대한 쌓아놓지 않을 경우 젊은 층의 노인 부양 부담이 갑자기 커질 수 있다.

적립기금을 배제하고 국민연금을 곧바로 부과방식으로 바꿀 경우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2030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게 이번 재정추계 예측이다. 작년의 합계 출산율(1.05명)이 계속된다는 전제다. 2030년까지는 보험료율을 9.0%로 비교적 낮게 묶어둘 수 있지만 2040년 15.0%, 2050년 21.5%로 급증하게 된다. 2060년엔 보험료율이 29.3%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다. 미래세대가 월소득액의 3분의 1 정도를 ‘노인 부양료’로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