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나란히 여름휴가를 마치고 13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노사 간 이견 차이로 끝내지 못한 임금·단체협상도 이번주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감 부족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무급휴직에 이어 희망퇴직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어 휴가 후 하투(夏鬪)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휴가 끝… '조선 빅3' 노조, 폭염보다 숨막히는 하투(夏鬪) 예고
삼성중공업도 무급휴직 추진

삼성중공업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노협)에 무급 순환휴직 도입안을 제시했다. 무급휴직에 나선 것은 1974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임금반납과 희망퇴직 등의 자구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이 무급휴직 카드까지 꺼낸 것은 극심한 ‘수주절벽’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29억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올해 수주 목표(82억달러)의 35% 수준이다. 목표치의 60%인 78억달러를 수주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48.5%·35억4000만달러)과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

일감이 줄면서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 2분기 영업적자는 1005억원으로, 1분기(478억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삼성중공업은 무급휴직 외에 기본급 동결과 복지포인트 중단, 자녀 학자금 지원 축소 등도 제시한 상태다. 기본급 5.1%(10만286원) 인상 등을 내건 노협과 이견이 커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무급 순환휴직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모나 기간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노협과 교섭을 통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파업 카드 또 꺼내든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 가동 중단을 앞둔 현대중공업도 임단협 험로가 예상된다. 휴가 직전 열린 제21차 교섭에서는 노사 간 고성이 오간 끝에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휴가가 끝난 이번주 교섭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유휴 인력 2000여 명에 대해 무급휴직 도입을 노조에 제시했다. 유휴 인력에 대한 희망퇴직도 받을 방침이다. 반면 노조는 임금 일부를 지급하는 유급 순환휴직과 인력 재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협상과 관련해서도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의 의견차가 큰 상태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 때까지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무급휴직자를 제외한 다른 직원들은 기본급 20%를 반납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기본급 7만3373원 인상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도 정규직과 같은 자녀 학자금과 성과급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지난달 19~24일 한 차례 전면 파업을 벌인 노조는 추가 파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1조9232억원)을 낸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안을 압도적인 찬성률(93.4%)로 가결하는 등 파업 준비를 마쳤다. 사측은 201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13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지원받은 점을 감안해 임금 10% 반납을 제시해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