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값이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유류세를 유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정부가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휘발유값 고공행진… "유류稅 탄력적용 필요하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614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유류세는 893.1원으로 전체 가격의 55%를 차지했다. 경유의 유류세 비중도 47%(657.8원)에 달했다.

유류세는 유가 변동과 관계없이 부과된다. 휘발유에는 L당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 529원과 교통세의 26%(137.54원)인 지방주행세, 15%(79.35원)인 교육세까지 합쳐 745.89원의 고정 세금이 붙는다. 주유소 판매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휘발유 1L에 부과되는 전체 유류세는 870원을 웃돌게 된다. 국제 유가가 0원까지 떨어지더라도 세금과 유통비용을 감안할 때 휘발유값은 L당 9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없는 구조다. 경유도 L당 교통에너지환경세가 375원으로, 휘발유보다 낮을 뿐 주행세와 교육세 부과 비율은 같다. 경유는 528.75원의 고정세를 포함해 L당 640원가량이 유류세다.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당분간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름값 변동에 따라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나왔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을)은 이날 유가가 오를 때는 세금을 내리고 떨어질 때는 다시 원래대로 세금을 매기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교통세를 휘발유값이 L당 1650원 이상 1700원 미만일 때는 5%, 1700원 이상 1750원 미만일 때는 10%, 1750원 이상은 15% 범위 내에서 낮춰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문가들도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일본처럼 탄력세율을 자동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유를 수입해 쓰는 일본은 휘발유 가격이 특정 금액을 넘으면 탄력세율을 적용한다. 3개월 연속 휘발유 소매 평균가가 L당 160엔을 넘으면 L당 53.8엔이던 유류세가 28.7엔으로 낮아진다. 반면 3개월 연속 L당 130엔을 밑돌면 53.8엔으로 회복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