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만났지만 삼성의 구체적 투자 및 고용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친(親)기업적 행보를 이어가려는 김 부총리에게 청와대가 ‘투자 구걸’이란 표현까지 쓰며 제동을 건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이날 이 부회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에서 브리핑한 사업계획에 (투자 및 고용에 관한) 구체적 숫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삼성 측에서 진정성을 갖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LG 현대자동차 SK 신세계 등의 대기업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때마다 해당 기업과 기재부는 공동으로 구체적인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SK가 향후 3년간 80조원, 현대차가 5년간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김 부총리의 이번 삼성 방문을 앞두고도 재계에서는 “삼성이 10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결국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김 부총리는 “(투자 및 고용에 대한) 발표 내용이나 시기는 전적으로 삼성에 달렸다”며 “(삼성이) 여러 달 준비했기 때문에 그리 머지않은 시간 내에 이야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주 대규모 투자·고용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구걸’ 논란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누가 어떤 경로로 (김 부총리에게) 의사를 전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얘기를 하기는 했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형식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구걸’ 등의 표현은 완전히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종원 경제수석도 “장하성 정책실장이나 내가 김 부총리에게 삼성 투자문제로 전화한 적이 없다”며 “(투자 구걸 논란이)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김 부총리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태훈/손성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