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을 이끈 지 31일로 한 달을 넘어섰다.

그룹 안팎에서는 구 회장의 행보가 '조용하지만 과감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한 달간 회장으로서 소화한 공개일정은 전혀 없었지만, 잠행 속에서도 재계의 예상을 뒤엎은 과감한 인사나 투자 결정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나온 평가다.
LG 구광모, 회장 취임 한 달… 공개행보 없는 '과감한 잠행'
구 회장이 지난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회장직에 정식으로 오른 후 이날까지 공식일정 건수는 '제로'(0)다.

앞으로의 공개일정도 당분간은 없다.

다음 달 29일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의 공식 취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정도가 구 회장의 참석 가능성이 점쳐지는 일정이다.

다만 이 같은 잠행 속에서도 구 회장의 결단력을 보여주는 몇 가지 결정들이 있다.

대부분은 인사 관련이다.

대표적인 건은 LG유플러스에 있던 권영수 부회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으로 발탁한 인사다.

애초 지근거리에서 구 회장의 안착을 도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던 하현회 부회장은 ㈜LG에서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로 이동시켜, 두 사람의 자리를 서로 맞바꿨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하 부회장이 구본준 부회장 인사로 분류되는 점과 이런 인사 조치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이명관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을 ㈜LG 인사팀장으로 끌어올린 대목은 구광모표 사업·인적 재편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

경영활동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LG연암문화재단·LG연암학원·LG복지재단·LG상록재단은 전날 이문호 전 연암대학교 총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전례와 달리 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지 않는 데 대해 "상당 기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 취임 후 계열사들의 잇단 대규모 투자 발표에도 이목이 쏠린다.

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이전부터 준비돼 온 것들"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번 달에만 집중적으로 나온 대규모 사업 결정들이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반영한다는 관측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표적 사례로 LG화학은 지난 23일 전남 여수 NCC(납사분해시설)와 고부가 PO(폴리올레핀) 증설 등 고부가 기초소재 분야 투자로 총 2조8천억원의 국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20억달러(약 2조3천억원)를 투자해 중국 난징시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그동안 지연됐던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합작법인 사업을 이달 10일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받았고, LG전자도 최근 로봇제조 전문업체 '로보스타'의 경영권 인수 작업을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