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속되면서 우유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유업계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달 초부터 전국 원유 생산량이 평년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등 일부 지역 업체는 가정용 배송을 하지 못해 폭염 피해가 적은 강원도 지역 우유를 사다 대체하는 경우도 생겼다. 5년 만에 원유(原乳) 가격 인상과 폭염이 겹치면서 우유업계는 하반기 손익을 따지느라 비상이 걸렸다.
폭염에 생산량 급감… '우유 대란' 오나
◆“폭염 때문에 다른 우유로 배송”

제주 성이시돌목장에서 생산하는 성이시돌우유는 지난 19일 서울 경기 등의 일부 가정용 정기배송 회원에게 ‘23일부터 폭염으로 인한 원유 부족으로 삼양유기농 우유가 대체된다’는 공지를 보냈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 안팎에 머무는 폭염이 2주째 이어지면서 젖소들의 우유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낙농업계 젖소는 대부분 홀스타인 품종이다. 원래 추운 지방에 있던 북유럽 품종이라 추위에 강하고 더위에는 약하다. 여름에는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로 집유량이 연중 최고 대비 5~10% 줄어든다. 우유 맛을 좌우하는 지방 함유량도 겨울과 봄의 평균(4.2%)보다 크게 떨어진 3%대 초반에 머문다.

올해는 유난히 더워 집유량이 평년 7~8월 대비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염 장기화가 예고된 만큼 낙농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은 기상 정보를 살피며 낙농가와 계약된 물량에 차질이 없는지 실시간 살피고 있다.

8월 말 개학 시즌이 되면 우유 200mL 기준 하루 400만 팩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 2L 이상 대용량 우유가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마트 우유담당 상품기획자(MD)는 “일부 소규모 업체가 수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폭염이 8월까지 이어지면 상위 제품의 공급 차질도 빚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원유 가격도 올라

원유 가격 상승도 우유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는 지난 20일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를 열고 다음달 1일부터 원유 가격을 L당 926원으로 4원 인상키로 했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까지 오르면 재고는 더욱 쌓일 것”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 가격뿐 아니라 우유가 들어가는 유제품 등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가공업계에서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흰 우유 가격이 L당 50∼70원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유를 사용해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 제과 제빵업체 등은 가격 인상에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빵 재료에서 우유 비중이 높지 않아 당장 빵값을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제과업계 관계자는 “과자에 들어가는 우유 성분은 탈지분유 사용 비중이 높아 지금부터 생산되는 원유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당장의 가격 인상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