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근로시간 단축제)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나름대로 적응해가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저임금 근로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 주 52시간제가 약자에게 유독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인 쿠팡은 이달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주력 배달인력인 ‘쿠팡맨’의 월 급여가 20만원 안팎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근로시간을 한 시간씩 줄이고 주말 근무를 없앴기 때문이다.

쿠팡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족해진 일손을 메우기 위해 지난달부터 저임금 임시 근로자인 ‘로켓배송 서포터즈’를 채용하고 있다. 이들 인력의 급여는 배송 건당 450원이다. 하루 3~4시간 일하고 2만~2만5000원을 받지만 이마저도 배송 물량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충청권에 있는 한 건축자재업체는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노사 합의로 야근을 없애면서 생산량과 임금이 줄어 노사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체제에서는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한 수도권의 아웃도어 의류 제조업체 B사는 국내에 지으려던 2공장을 베트남에 건설하기로 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후유증이 적지 않은데 주 52시간제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근로자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