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외국인의 자국 첨단기술 기업 투자와 해외 거래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중국 자본이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첨단기술 기업 등을 인수하는 것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상·하원은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과 수출 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조항에 최종 합의했다. 중국 등 외국 자본의 투자가 미국 안보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조치로, 이달 입법화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훔쳐가는 자들이 있다”며 CFIUS 권한 강화를 시사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해 검토하고 인수합병(M&A)을 제한할 수 있는 기구다.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10년 만이다.

이번 조치로 벤처캐피털 등을 이용한 투자, 민감한 미국 시설 인근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CFIUS의 조사 권한이 확대된다. 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모든 계약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의 첨단기술에 외국 기업이 합작투자 계약을 하면 수출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졌다.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직접투자는 460억달러(약 52조16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해 미국 정부가 자국에 대한 직접투자 제한을 검토하면서 규모는 지난해 290억달러, 올해 1~5월에는 18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직접투자 대신 자금 출처를 추적하기 어려운 벤처캐피털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게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미국 벤처캐피털에 투자한 중국 자본 규모는 23억달러로 지난해 수준(19억4000만달러)을 뛰어넘었다.

IBM과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과 일부 의원은 이번 조치가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 활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