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과세·감면이나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지출하는 돈이 올해 40조원에 육박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처음으로 4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정부가 세출예산으로 모자라 조세지출(국세 감면)까지 대폭 확대하면서 고용·복지를 떠받치려 하기 때문이다.

19일 기획재정부 '조세지출기본계획(3월) 2018년 예상수치'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은 지난해(추정액 38조7000억원) 대비 1조1000억원 늘어난 39조8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전체 세수(稅收)에서 차지하는 비율(국세감면율)은 지난해(12.7%) 대비 0.2%포인트 오른 12.9%로 예상된다. 국세감면율이 전년보다 오르는 것은 2013년(14.4%) 후 처음이다.

국세 감면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지원을 명목으로 각종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근로자를 새로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1인당 최대 2000만원을 공제해주는 고용증대세제와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5년간 소득세를 전액 면제하는 등의 일자리 관련 세제지원책을 도입했다.

정부는 일하는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근로장려금을 내년에 3조8228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6261억원 늘리고, 장애인은 근로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세제지원책을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국세 감면 상당수는 정해진 종료 시한(일몰)이 없는 만큼 한번 시작하면 계속 지원해야 해 재정 부담을 눈덩이처럼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국세감면액 급증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세감면은 조세감면, 비과세, 소득공제, 세액공제, 우대세율 적용, 과세이연, 조세특례에 따른 재정지원 등 세금을 부과한 뒤 받지 않거나 깎고 아예 세금 환급 형태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세제 혜택이다. 세출예산은 아니지만 감면액만큼 예산 지원을 해주는 셈이어서 조세지출이라고 불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국가회계 결산 결과 국가부채는 1555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2조7000억원 늘었다. 정부의 재정 확장을 감안하면 정권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국가부채가 2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이 내년에 올해 대비 10% 이상 늘어난 예산 편성을 기재부에 요구하면서 ‘슈퍼 팽창예산’이 짜일 전망인 데다 국세감면까지 급증하면 재정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

국세감면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세지출 기본계획상 일몰 기한 설정이 원칙이지만 전체 235개 국세감면 항목 중 34.5%인 81개는 설정돼 있지 않다. 일몰 없는 항목의 조세감면액은 약 25조원으로, 전체 감면액의 70% 수준이다. 기재부는 일몰 없는 국세감면에 대해 매년 심층평가를 하고 있지만 일몰을 부여한 사례는 없다.

조세지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비과세·감면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중소기업, 농·어민 등을 지원하기 위해 조세특례조항을 신설한 뒤 시한을 정해 비과세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인데, 일몰 기한이 매번 연장되는 게 관행처럼 되다시피 했다. 정부가 일몰을 종료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도 여야 심의 과정에서 연장된다. 수혜를 보는 계층이 선거 때 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과의 중복 지원도 논란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에서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에 월 10만원을 주는 아동수당 제도를 신설하고, 자녀 1인당 15만원을 연말정산 시 공제해주는 자녀세액공제도 2021년까지 시행하는 방안을 담았다. 국회에서 중복 지원 논란이 일어 자녀세액공제는 올해까지만 시행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조세와 재정의 지출이 중복되면 폐지가 어려운 조세지출을 지양하고 재정지원으로 통일하도록 권고한다”며 “중복되는 조세지출을 정비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일몰시키거나 일몰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