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지사업 확대를 위해 수급자 선정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 계산 방식을 임의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산정 원칙을 어기면서 기준 중위소득을 더 끌어올린 것이다. 기준 중위소득이 인상되면 복지사업 대상자와 지원액이 늘어난다. 복지사업을 무리하게 늘리면 재정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7일 각 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지난 13일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461만3536원(4인가구)으로 결정하면서 2018년 기준 중위소득에 과거 3개년 중위소득 평균 증가율 2.09%를 곱하는 방식을 썼다. 작년엔 2017년 기준 중위소득에 2016년 중위소득 증가율(1.16%)을 곱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방식대로라면 내년도 증가율은 1.92%(2017년 중위소득 증가율)다.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가 71개 복지사업 대상자와 지원액을 결정할 때 근간으로 삼기 위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중위소득을 바탕으로 보정한 국민 소득의 중위값이다. 예컨대 기초생활 생계급여는 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인 경우 월 소득인정액과 기준 중위소득의 차액만큼 지급된다.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이 1.92%(작년 방식)에서 2.09%(올해 방식)로 더 오르면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올해 대비 1.92% 인상된 460만5970원이 아니라 2.09% 오른 461만3536원이 됐다. 애초 인상액보다 7500원가량 더 오른 것이다. 전체 복지 예산에 대입하면 약 2500억원 더 늘어나는 영향을 준다.

중앙생활보장위에서 기획재정부 등은 기준 중위소득 계산식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복지 확대’ 목소리에 눌렸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얘기다.

■기준 중위소득

전 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할 때 소득 규모가 50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을 중위소득이라고 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선정을 위해 중위소득을 바탕으로 보정한 국민 소득 중위값을 의미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