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날인 제헌절은 2008년부터 정부가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주 5일 근무제로 휴일이 늘어나면서다. 한마디로 쉬는 날이 아니다.

제헌절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헌절을 ‘빨간날’로 지정한 곳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업체 현대·기아자동차다.

현대·기아차는 단체협약에 따라 제헌절을 휴무일로 규정하고 있다. 제헌절뿐만 아니라 2006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식목일도 현대·기아차에는 빨간날이다. 휴일인 식목일과 제헌절에 근무하면 다른 날 대체휴무를 준다.

현대·기아차는 나라가 정한 법정공휴일 외에도 식목일과 제헌절, 회사 창립기념일과 노동조합 창립기념일 등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설날과 추석에는 생산 공장의 주·야간 근무 특수성을 고려해 법정공휴일보다 하루 더 많은 휴일을 준다. 현대·기아차 직원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연간 5~6일가량 휴가를 더 얻는 셈이다.

떨어지는 생산성에 시름이 깊어진 사측은 단체협상에 따른 약정휴일 축소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도 이 같은 노조 이기주의에 대한 불만이 크다. 비노조원과 노조원 사이의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현대·기아차의 과장급 이상 부장급 이하 간부들은 비노조원으로 단체협상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노조원에게 돌아가는 어마어마한 혜택에 일부 직원들이 사내에서 승진을 거부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