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6일 권고한 대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기업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노션·현대글로비스·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새로운 타깃'
특별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에서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과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노션은 과거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했지만 2013년부터 약 3년에 걸쳐 지분율을 29.9%까지 낮췄다.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 소유한 기업을 규제하는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내다 팔았다. 현대글로비스도 43.4%였던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15년 2월 29.9%까지 낮아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기업이 50%를 초과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도 규제 대상에 새로 들어간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삼성물산의 급식사업체인 삼성웰스토리가 규제를 받게 된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갖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특별위원회 권고안이 시행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현재 203개에서 441개로 두 배 이상으로 많아진다.

대기업 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의결권 허용 한도를 5%로 제한하는 안은 삼성그룹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지분 8.27%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향후 그룹 내 계열사와 합병하거나 영업양도 등 중요사안을 결정할 때 의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의결권을 제한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은 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농협,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SM, 현대산업개발 등에 적용될 전망이다. 해외 계열사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은 롯데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자·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 포함된 지주회사 제도 개편 방안은 SK그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SK텔레콤 지분 25.2%를 보유하고 있고,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갖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