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덕분에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8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인 유커가 돌아왔지만 황금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여행수지는 악화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5월 경상수지는 86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 이후 7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흑자 규모는 6년 만에 가장 적었던 전월보다 늘어나며 지난해 9월(122억9000만달러) 이후 가장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4월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배당지급이 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었는데 5월에는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나왔다”며 “수출이 아직 견조한 상태”라고 말했다. 올 1∼5월 누적 경상수지는 222억7000만달러 흑자다. 현재 속도라면 한은의 상반기 전망(280억달러 흑자)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수지 흑자는 113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11월(114억6000만달러) 이후 최대였다. 상품수출이 537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인 영향이 컸다. 수입은 423억9000만달러를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6월 통관 기준 수출이 약간 마이너스(-0.089%)였지만 영업일 수가 전년보다 1.5일 빠졌고 선박수출 기저효과도 있었다”며 “그런 요인을 제거하면 수출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비스수지는 20억9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전월 19억8000만달러에서 커졌다. 여행수지가 13억4000만달러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여행수지 적자폭은 4월의 10억9000만달러보다 늘며 지난 2월(14억1000만달러) 이후 가장 크게 나타났다. 여행수입은 12억9000만달러로 전월보다 줄었으나 여행지급이 26억3000만달러로 늘어났다. 5월 초 연휴 때 해외여행 수요가 몰리며 출국자 수가 16.4% 증가한 여파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해제로 중국인 입국자가 1년 전보다 46.1% 늘었고 전체 입국자 수는 26.6% 증가했지만 예전만큼은 못한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인 입국자가 한창 많을 땐 한 달에 90만명을 넘을 때도 있었지만 5월에는 37만명이었다”며 “중국과 관계가 개선됐긴 했지만 관광 제한조치에도 단서 조항이 달려 있어 중국인 입국자는 앞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