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한국형 기술평가모델에 대한 시범 테스트에 참가했던 유봉렬 벤처혁신연구소 수석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기술보증기금 직원들이 평가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제공
유럽에서 한국형 기술평가모델에 대한 시범 테스트에 참가했던 유봉렬 벤처혁신연구소 수석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기술보증기금 직원들이 평가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제공
유럽연합(EU) 최대 정책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이 지난 1월 프랑스와 독일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혁신기술기업 3곳에 대한 평가에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시스템(KTRS)을 적용했다. 기존 유럽 금융기관과 국제신용평가사의 기술평가 방법과 기보의 KTRS 적용 결과를 비교하는 파일럿 테스트(모의시험)였다. 평가를 주도한 EIB 및 EU 혁신금융자문위원회 책임자는 지난 3월 작성한 보고서와 기보에 보낸 서한에서 “KTRS는 계량화·객관화·평가 데이터량 부분에서 상당한 비교우위에 있다”고 결론냈다.

기보가 유럽에 KTRS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KTRS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경험을 토대로 개발됐다. 기보는 당시 보증을 제공한 기업이 망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이후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기술평가센터를 열고 미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인 KTRS를 개발했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생명주기,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 경영진의 능력 등 최대 33개 지표를 종합 분석한 모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벤처기업 등 국내 기술기업을 평가하고 보증을 제공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KTRS는 기업 규모뿐 아니라 4차 산업, 소프트웨어, 문화산업 등 업종에 따라 평가모형이 다르다. 약 13년(2005년 7월~2018년 3월)간 기보가 기술평가를 한 5만7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기술사업평가 최고 등급(AAA)을 받은 업체 중에선 사고(부실)가 전혀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재무평가 최고 등급 기업군의 사고율은 1.39%였다. 유망 기술을 가진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현재 자금 사정이 나은 기업보다 미래가 밝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속적으로 진화한 KTRS는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보가 2014년부터 베트남 태국 페루의 혁신형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위한 기술평가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배경이다.

EIB도 기보의 평가 모형에 주목하고 있다. 담보 없이도 혁신기업의 성장성 등을 평가하는 정량적인 시스템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서다. 유봉렬 기보 벤처혁신연구소 수석부부장은 “유럽투자은행은 1만여 개 혁신기업의 자금 부족을 해결하고 민간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 기술평가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