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직원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해라. 모두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특권의식 없고 소탈… 현장 근로자와 자주 어울려"
29일 LG그룹 총수가 된 구광모 회장이 사석에서 전하는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의 가르침이다. ‘오너 일가’라는 특권 의식을 갖지 말고 임직원과 고객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대하라는 뜻이다. 구 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LG 계열사 임직원도 대체로 “구 회장이 오너 일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겸손하고 소탈하다”고 평가했다. 점심, 저녁 약속이 없을 땐 LG전자 본사인 트윈타워 지하에 있는 직원 식당에서 동료들과 식사하고 퇴근 후 야구장에 함께 갈 정도로 임직원들과 잘 어울린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평소 겸손, 배려, 원칙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사고도 지녔다”고 전했다. 구 회장이 계열사 전문 경영인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배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구 회장은 2004년 구본무 전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구 전 회장의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구 전 회장이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을 잃자 양자로 들어갔다. 당시 구 회장의 나이는 26세였다.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2006년 입사했고, 이듬해 과장으로 승진한 뒤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약 1년간 근무했다.

2009년 12월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으로 복귀했다. 미국에서 4년간 재무와 영업 등을 담당하다가 2013년 국내로 들어왔다. LG전자의 핵심인 TV사업(HE사업본부) 및 생활가전사업(HA사업본부) 부문에서 일했다. 생산 현장의 근로자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2014년 그룹 지주사인 (주)LG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같은 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입사 8년 만이었다. (주)LG에서 약 3년간 근무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업무 등을 담당했다.

올해부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LG전자에서 상당 기간 경영자 수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달 구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다시 지주회사로 복귀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