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1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대해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 중 이란산 비중이 10%를 넘어선 데다 갑자기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서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유가까지 치솟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기자들과 만나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걸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11월부터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제재"… 정유업계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는 한편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등 제3국 역시 이란과의 경제적 교류를 아예 끊을 수밖에 없다. 이란과 교역할 경우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작년 원유 총수입량 11억1817만 배럴 중 이란산은 1억4787만 배럴로, 전체의 13.2%를 차지했다. 이란산 비중은 2015년 4.1%에서 2년 만에 세 배 넘게 확대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5년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뒤 이란 측에서 원유 수출을 늘리려고 중질유 가격을 경쟁국 대비 배럴당 1~2달러씩 낮췄다”며 “현재로선 원유를 다른 곳에서 수입하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제 유가 상승이다. 미국의 ‘예외 없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방침이 나오자 당장 이날 국제 상품시장에서 유가가 일제히 배럴당 70달러를 넘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3.6%(2.45달러) 오른 70.5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약 한 달 만의 최고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