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보다 더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끊임없이 삼성에 쏟아지는 외부의 공격들이다. 삼성이 수십 년 동안 쌓아왔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실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조직원의 내부 사기까지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보다 더 아픈 '삼성 때리기'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들은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전방위 조사를 받고 있다. 대부분 과거 한두 차례 논란이 불거졌지만 무혐의 처리된 사안들이 정권이 바뀐 뒤 다시 조사를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출범 이후 4년간 적자를 지속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의 회계 처리를 변경해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생긴 결과다. 참여연대는 상장 직후인 2016년 말 금감원에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당시 금감원은 “문제없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정권이 바뀌자 약 1년간 특별감리를 벌여 회계 기준 변경이 ‘고의적 분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당시 경영진과 회사 측에 중징계를 통보했다. 국내의 한 경제단체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고의적 분식을 저지른 기업이 미국 엔론처럼 망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당시 회계와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이 모두 적법하다고 결론을 낸 사안을 뒤늦게 고의적 분식으로 제재하겠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현 정부 들어 정부 고위직 인사를 다수 배출하며 ‘파워 집단’으로 떠오른 시민단체들이 정부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참여연대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징계 수위를 사전 심사하는 감리위원회를 앞두고 “감리위원장을 제척(除斥·당사자 배제)하라”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표결하는 감리위원은 피의자로 처벌해달라” 등의 요구를 하며 금융당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재계는 검찰이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벌이는 노동조합 와해 사건 수사도 ‘강압 수사’라고 지적했다. 수사가 본격화된 뒤 4개월여 동안 총 9명에 대해 11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실제 구속된 사례는 지금까지 1명뿐이어서다. 이 사건으로 삼성전자가 압수수색을 받은 횟수만 네 차례다. 이 의혹도 3년 전 검찰이 수사해 대부분 무혐의 처리했던 사안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