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이탈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즉석에서 요리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기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이탈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즉석에서 요리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기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그린푸드는 이탈리아의 유명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인 ‘이탈리’ 매장을 2015년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열었다.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내놓는 식당과 현지 프리미엄 식재료를 판매하는 슈퍼가 한곳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외식 공간이었다. 미국 유럽 등에선 이탈리 매장이 지역 명소가 될 정도로 인기다.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상당수가 ‘기대 이하’란 반응을 보였다. ‘진짜 이탈리아 음식’을 앞세운 파스타, 피자 등의 맛은 국내에서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크림소스가 들어간 카르보나라를 생각하고 주문하면 계란 노른자, 후추, 베이컨 등으로만 요리한 음식이 나왔다. 정통 이탈리아 메뉴를 고집한 탓에 “카르보나라를 시켰는데 다른 게 나왔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도 있었다.

개장 3년… 이제야 빛 보는 이탈리
인테리어도 전통시장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외 이탈리 매장과 크게 달랐다. 이탈리 매장 중 가장 유명한 미국 뉴욕점을 경험한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짝퉁’이라고 조롱했다.

상황은 올해부터 반전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월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 급증했다. 큰 틀에선 정통 이탈리아 스타일을 유지하되 작은 변화를 준 게 주효했다.

우선 국내산 재료를 적극 이용했다. 광양식 불고기에 사용되는 재료를 이탈리의 레시피로 요리한 스테이크를 개발했다. 성게알 파스타와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작은 크기의 ‘총알 오징어’ 요리도 선보였다. 또 이탈리아에선 차갑게 내주는 식전 빵을 데워서 제공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샐러드바도 따로 마련했다.

이흥주 이탈리 총괄셰프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이 셰프는 매출이 안 나온다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 대신 이탈리아 음식 문화와 조리법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탈리 나이트’란 행사를 통해 ‘팬덤’을 형성해 나갔다. 그러자 단골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이탈리의 경영원칙을 지키면서도 작은 변화들을 통해 성과를 낸 판교점에 대한 이탈리 본사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너무 현대적”이라는 말을 들었던 판교점 인테리어는 이후 이탈리 해외 점포의 ‘표준’이 됐다. 이탈리 본사는 일본 도쿄점, 러시아 모스크바점 등 해외 8개 점포를 낼 때 판교점의 디자인 콘셉트를 따랐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