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에게 4억달러(약 440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미국 배심원 평결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이 교수 측의 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1심 판결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17일 삼성전자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 1심 배심원단은 지난 15일 반도체 핀펫(Fin FET) 공정과 관련한 삼성전자와 이 교수 측 간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이 교수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요지의 평결을 내렸다. 통상적으로 배심원 평결을 판사가 뒤집는 사례가 많지 않아 1심 판결에서 삼성전자가 불리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심 판결 선고는 이르면 이달 나올 전망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핀펫 기술은 반도체 칩을 소형화하기 위한 3차원(D) 트랜지스터 설계 구조를 의미한다. 이 교수가 원광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1년 KAIST와 공동 개발했다. KAIST의 특허관리 회사인 KAIST IP 미국지사는 이 교수로부터 특허 소송 권한을 위임받아 2016년 텍사스 동부지법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해 온 반도체 관련 특허 기술인 핀펫에 대해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핀펫 기술이 삼성전자 임직원의 연구로 자체 개발한 기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특허 침해가 고의적이라는 배심원 평결을 판사가 인정할 경우 배상금은 3배(12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업계는 이번 소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전반에서 핀펫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도 삼성전자뿐 아니라 미국의 퀄컴, 글로벌파운드리스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 인텔은 2012년 이 교수 측에 핀펫 기술 사용료로 1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