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매우 강하게 맞설 것”이라며 중국과의 통상전쟁 재개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15일(현지시간)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예정대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내놓은 1333개 예비 목록에서 일부 품목을 추가하거나 제외한 최종 관세 부과 대상을 확정하는 것이다.
다시 중국 겨냥하는 트럼프… 15일 '관세 폭탄' 품목 발표
이들 품목의 연간 수입액은 500억달러에 이른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보이콧하는 등 한동안 유럽·캐나다와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중국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고위 관료들은 지난주 회의를 열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등 외신이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미국은 4월 중국산 수입품 중 500억달러 상당의 품목에 25% 관세를 매기기로 하고 1333개 예비 목록을 공개했다. 이후 관세 부과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철강, 태양광 전지 등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됐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현지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으려면 고율 관세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미국이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미·중 간 갈등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돼지고기 등 8개 품목에 25%, 과일 견과 등 120개 품목에 15% 관세를 부과했고 항공기 대두 등 106개 품목은 미국의 조치를 봐 가면서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 2~4일 베이징을 방문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에게 미국이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7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과 에너지를 수입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통상 전쟁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제안을 거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재가만 남겨놓고 있다. 외신들은 12일 미·북 정상회담 이후 강경 기류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 문제에서 강하게 맞설 것”이라며 “우리가 무역 단속을 아주 강력하게 하고 있어 중국이 약간 화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에 대한 중국 기업과 개인의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오는 30일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ZTE에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 의회의 움직임엔 제동을 걸었다. 미국은 4월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ZTE가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가 중국과 협의해 제재를 해제했다. 미 상원은 ZTE 제재를 원상복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백악관은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ZTE 관련 내용을 제외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