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여성들의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업들이 고용 인원을 줄이고 자동화 설비에 더 투자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자동화 그리고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 변화’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뉴마크 UC어바인 교수의 2017년 논문의 분석틀을 차용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최저임금을 1000원 인상하면 자동화 민감도가 높은 산업의 고용 비중은 0.7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 민감도가 높은 산업은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반복적 작업이 많은 곳을 의미한다. 목재·나무제품 제조업, 인쇄·기록매체 복제업, 식료품 제조업, 담배 제조업, 금융업 등이 대표적인 업종이다.

자동화 민감도가 높은 산업의 고용 비중이 감소한다는 것은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로 인해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을 줄인다는 의미다. 특히 이 같은 부정적 영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최저임금이 1000원 인상될 때 자동화에 민감한 직업의 고용 비중은 11.15%포인트나 감소했다. 자동화 민감도가 높은 직업에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상호 한경연 연구위원은 “미국 시애틀 지역에서 2015년부터 2년간 최저임금을 총 37.28% 인상한 결과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은 3.3% 증가했지만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월소득이 평균 125달러(6.6%) 줄었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