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간 통상 갈등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캐나다가 미국과의 교역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데도 트럼프 관세는 불공정하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맹비난했다.

BBC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등과의 교역에서 손해보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통계를 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비난하면서 “캐나다가 미국과의 교역에서 1000억달러를 벌어들인다”며 “미국산 유제품에 관세 270%를 매겨 놓고는 트뤼도 총리가 상처를 입은 척한다”고 했다.

BBC는 캐나다가 버터용 우유에 27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정해진 수입 쿼터를 넘어선 수입 물량에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캐나다에 2억2400만달러가량의 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산품 등 전체 상품을 대상으로 보면 캐나다의 관세율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가 8000억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한 것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상품 거래만 놓고 봤을 때 미국의 무역적자액은 8000억달러가 아니라 5000억달러 수준이다. 미 통계청은 무역통계를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눠 공개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서비스수지까지 포함한 수치를 인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비용 거의 전부를 내는데 여기에 속하는 여러 국가가 우리를 무역에서 뜯어내려고 한다. 그들은 비용 일부만 부담한 채 웃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거의 부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NATO 회원국 총 국방비 지출의 3분의 2를 부담하고 있다. ‘거의 모든 비용’을 낸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것일지 모르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1%만 낸다”며 “우리가 GDP가 더 큰 데도 국방비로 4%를 지출하는 게 말이 되냐”고도 했다. 반올림한 수치이긴 하지만 미국이 GDP의 3.58%, 독일이 1.22%를 NATO 비용으로 부담하고 있어 대체로 맞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회원국들이 GDP 대비 2% 이상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