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 콘퍼런스보드 "한국 성장률, 미국에 뒤처진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만약 예상이 맞다면 지난 1960년 이래 2차 오일쇼크와 정치적 혼란이 발생했던 1980년,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 째입니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2018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브리핑’을 하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2%로 지난 2월 전망치보다 0.1% 포인트 낮췄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 콘퍼런스보드 "한국 성장률, 미국에 뒤처진다"
바트 반 아크 수석경제학자는 “유로존과 이머징마켓의 성장세가 느려지고 있는데다 무역 갈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성장률을 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홀로 고속성장을 계속해서 올해 연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2.4%보다 훌쩍 높아지는 겁니다.

주요 국가 중 미국처럼 작년보다 더 성장하는 곳은 호주(2.3→2.7%) 브라질(1.0→1.8%) 인도(6.3→6.8%) 태국(3.9→4.0%) 등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나라는 작년보다 성장률이 줄어듭니다.

유로존이 작년 2.5%에서 올해 2.0%로 낮아지는 것으로 관측됐고 중국(4.2→4.0% *콘퍼런스보드는 중국 성장률의 경우 중국 집계를 신뢰하지 않고 자체 추산함)과 캐나다(3.0→1.9%) 인도네시아(5.1→5.0%) 일본(1.7→1.0%) 멕시코(2.3→2.2%) 싱가포르(3.6→3.4%) 대만(2.9→2.6%) 등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콘퍼런스보드는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 2.8%에 그쳐 작년의 3.1%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예상이 맞다면 한국은 인구가 6배가 넘고 1인당 GDP는 두 배가 넘는 미국에 뒤지는 것입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경제성장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한국이 미국보다 성장률이 떨어졌던 건 1980년과 1998년 두 번밖에 없습니다. 1980년에는 2차 오일쇼크에 국내적인 정치 혼란이 겹쳐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때이고, 1998년에도 외환위기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었습니다.

위기가 아닌 정상적 상황에서 성장률이 역전되기는 사실상 처음입니다. 콘퍼런스보드는 “미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감세와 재정부양을 동시에 시행하는 나라”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감세, 규제 완화 등으로 성장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반 아크 수석경제학자는 한국의 성장률이 작년보다 줄어드는 데 대해 “한국은 작고 개방된 나라”라면서 “세계적인 성장세가 줄어듬에 따라 한국의 성장률을 낮췄다”고만 설명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은 한국 경제나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반 아크 수석경제학자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성공하거나 혹은 결과물을 내지 못하더라도 세계 경제에 단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심리나 소비자심리 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지만 근본적인 펀더멘털을 바꾸는 요인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는 다만 “미북간 협상이 완전히 실패해서 전쟁 등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 아크 수석경제학자는 이날 하반기 세계 경제와 관련해 5가지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특별하진 않지만 참고할만 합니다.

①세계 경제 성장세는 계속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커다란 침체 위험은 없다.
②세계 금융시장은 양적완화(QE) 이전의 과거 레짐(체제)으로 돌아가고 있다.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
③미국과 유럽은 2018년 하반기 조금 느려지겠지만 경기 확장을 계속할 것이다.
④세계 노동 시장은 점점 수요가 많아지면서 타이트해지고 있다. 생산성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⑤무역 갈등이 세계 경제에 점점 더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