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 다야니가(家)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패소한 것은 2010년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현 대유그룹 소속 대우전자) 매각 과정에서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상 ‘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주주이자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취했다는 것이 ISD 중재를 맡은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산하 중재판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ISD 패소' 英 중재법원에 취소신청 검토
외환위기 당시 금융회사로부터 대우일렉트로닉스(당시 대우그룹 소속 대우전자)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캠코는 자금 회수를 위해 2010년 4월 다야니가 대주주인 이란계 가전기업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캠코 등 채권단과 엔텍합은 7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577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엔텍합은 계약 체결 후 계약보증금 578억원을 채권단에 지급했지만, 인수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엔텍합은 당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를 이유로 인수대금 인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텍합이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대금지급 기일을 넘기자 결국 채권단은 이듬해 5월 매매계약을 최종 해지했다.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대주주였던 캠코는 엔텍합이 낸 이행보증금 578억원을 몰취했다.

엔텍합은 2011년 6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같은 해 11월 채권단이 계약금을 돌려주되 엔텍합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외상물품대금 3000만달러를 갚으라는 조정 권고안을 내렸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엔텍합 직원 1000여 명이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한국과 이란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재매각 과정을 거쳐 2013년 동부그룹(현 DB그룹)으로 넘어갔다. 이어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초 대유그룹이 인수해 대우전자로 출범했다.

이번 판결 직후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 분쟁대응단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ISD는 단심제 형태이긴 하지만 중재 결과에 대해 영국국제중재법원에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중재판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후속 대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영국국제중재법원에 취소신청은 가능하지만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