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연속 예산을 전년보다 줄여서 신청했다. 기획재정부가 깎기도 전에 부처가 스스로 예산을 낮춰 신청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예산’ 등의 여파로 이번 정부 들어서는 몸 사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체부는 2019년도 예산으로 올해 대비 4.4% 축소한 2조7433억원을 기재부에 요구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기금 예산 요구액도 2조3138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줄였다. 기금 중에서는 문화예술진흥기금만 3.7% 늘려 잡았을 뿐 영화발전기금 언론진흥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등 나머지 여섯 개 기금 예산 요구액은 모두 줄여서 신청했다. 문체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해 6월에도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지원 완료 등을 이유로 예산 요구액을 5.0% 축소했다.

문체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매년 예산이 대거 인상됐다.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문화체육관광 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11.7%로 추산됐다. 보건복지고용(7.0%)을 제친 압도적 1위였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관여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전 정부의 이른바 ‘적폐예산’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새 정부 국정철학에 반하는 사업이 편성돼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가재정운용계획 방침에 맞춰 예산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