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ndex] 위기의 철강… 내수 줄고, 수출 장벽은 높아지고
한국의 ‘철강산업 신호등’에 빨간불이 짙어졌다. ‘내수 부진’과 ‘수입 규제 강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수요처의 업황이 부진하고 해외에선 미국, 유럽 등 핵심 수입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철강 내수 판매량과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4일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철강 내수 판매량은 2751만t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2862만t)보다 3.9% 감소한 수준이다. 수출량은 지난해(1597만t)에 비해 1.7% 줄어 1570만t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연간 내수 판매량은 5554만t, 수출량은 3155만t으로 전년보다 각각 1.5%, 0.3%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자동차·건설 부진으로 내수 감소

[산업 Index] 위기의 철강… 내수 줄고, 수출 장벽은 높아지고
철강업계의 우려가 쏠리는 곳은 자동차산업이다.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06만 대 안팎으로 전년(411만 대)보다 1.4% 줄어들 것으로 POSRI는 전망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노사 갈등 여파로 향후 3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할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따른 디젤 차량 가격 인상으로 소비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내수의 핵심 수요처인 건설산업도 하반기부터 둔화할 조짐이다. 올해 건설 투자는 252조원으로 지난해(251조원)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부동산 종합대책 등 시장 안정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 경기가 둔화한다는 얘기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19조원)도 전년보다 20%가량 줄어 토목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철강 수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올해 국내 강재(철강 소재) 수요는 5554만t으로 전년(5640만t)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점점 높아지는 수출 장벽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수출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철강 수입제한조치를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추가 관세(25%)를 면제받았지만 수출량 제한을 받게 됐다. 이에 올해 대미 철강 수출량은 2015~2017년 평균의 70%인 263만1012t에 그친다.

자국 철강산업에 악영향을 준다며 품목별로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에 75.81%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넥스틸이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데다 조사 절차를 상당히 지연시켰다는 게 상무부의 설명이었다.

넥스틸은 상무부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즉각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했다. 그러나 CIT의 재판 기간이 통상 2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넥스틸은 상당 기간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가 지난달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고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미 쿼터 협상으로 철강 수출 물량이 묶여 있다”며 “고(高)관세를 부과받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돌리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