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자동차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차 분야 독립사업부인 크루즈에 22억5000만달러(약 2조42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자회사인 웨이모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로부터 퍼시피카 미니밴 6만2000대를 구입하며 제휴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자율주행차가 소프트뱅크와 웨이모를 디트로이트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투자로 크루즈 지분 19.6%를 확보하게 됐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세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를 통해 이뤄진다. GM도 크루즈에 11억달러(약 1조184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GM의 자율주행차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GM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로봇 택시를 내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등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 주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투자를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할 계획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9억달러를 먼저 집행한 뒤 크루즈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체제로 접어들면 13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다.

웨이모는 FCA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외신들은 웨이모가 FCA의 미니밴 6만2000대를 구입하기로 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WSJ는 이번 계약 규모가 2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IT업계 거물인 손 회장과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의 라이벌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찍부터 자동차산업에 관심을 둔 쪽은 페이지 창업자지만 자금력에서는 손 회장이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처음엔 구글이 앞서나갔지만 소프트뱅크가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GM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