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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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돼지고기가 빠르게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한돈(국내산 돼지고기)보다 앞선 가격 경쟁력, 다양한 요리로 세분화되고 있는 돼지고기 소비 트렌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수입량은 4만7492t로 전년 동기 대비 42.3% 증가했다.

부위별로 보면 이 기간 삼겹살 수입량은 1만7270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 늘었고, 전지와 후지 등 냉동 가공육 수입량은 56.6%나 뛰었다.

특히 미국, EU(유럽연합), 칠레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돼지고기의 관세율이 해마다 인하되면서 수입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돼지고기 누적 수입량은 15만3000t로 전년 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3분의 1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 가운데 EU산과 미국산 누적수입량은 각각 8.1%와 41.4% 증가한 7만7000t와 5만4000t로, 캐나다산과 칠레산은 각각 3.5%와 2.9% 증가한 1만1000t과 7000t을 기록했다.

관세율 인하에 따라 EU산과 미국산 평균 수입단가는 각각 5.8%와 0.6% 하락한 3.15달러와 2.67달러를 기록했다.

한-미 FTA 발효 7년차인 올해 돼지고기 관세율은 지난해보다 2.3%포인트 떨어진 6.7%다. 내년에는 4.5%까지 내려가고, 발효 10년차인 2021년에는 제로(0%)가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상황 평가보고서'를 보면, 돼지고기 피해액은 연평균 708억원으로 농축수산물 중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이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산 돼지고기는 아직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아도 선전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달 전체 돼지고기 매출 중 수입산 비중은 약 15%로 3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홈플러스에서 이날 기준 삼겹살 100g 기준 가격은 국내산이 1590원, 수입산이 1190원으로 25.1% 저렴하다.

입맛의 고급화에 따라 돼지고기 요리가 다양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스페인산 돼지고기 품종인 이베리코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유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대형마트들이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 이베리아반도 목초지에서 자란 흑돼지 품종을 말하며 세계 4대 진미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량은 7만118t로 5년 전에 비해 160.1% 증가했다. 올 1~4월 수입량도 전년 동기 대비 20%나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산 돼지고기의 가격은 연말까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산 돼지고기의 공급량 증가와 함께 국제 돈육 가격 하락과 수입량 증가 등으로 연말까지 한돈 가격은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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