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 통화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남유럽 및 동유럽에 대한 시장 불안감도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심화될 조짐이다. 유럽연합(EU)이 동유럽 국가에 지원하던 300억유로(약 37조5000억원)를 남유럽 국가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폴란드 헝가리 체코 불가리아 등의 통화 가치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투자자들이 신흥국이나 유럽보다 미국 시장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면서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신뢰 위기'·신흥국 시장 '불안'… 美로 몰리는 '큰 손'들
◆“미국이 최고의 투자처”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펀드와 비(非)미국 주식펀드에 약 1 대 2 비율로 투자해왔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1 대 4 수준까지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에서 해외 주식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80억달러로, 2016년 12월 이래 가장 적었다. 이달엔 미국 펀드로 들어온 자금이 44억달러로, 해외 펀드(36억달러)를 앞질렀다.

미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대표적인 미국 투자 상장지수펀드(ETF)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는 이달에만 2.9%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대표 ETF인 ‘아이셰어즈 MSCI 유로존 ETF’는 2% 하락했고, 신흥국 주가지수에 연동되는 ‘아이셰어즈 코어 신흥국 ETF’도 1.1% 떨어졌다.
이탈리아 '신뢰 위기'·신흥국 시장 '불안'… 美로 몰리는 '큰 손'들
◆갈수록 심화되는 이탈리아 위기

유럽 금융시장은 연일 요동치고 있다. 유로존 3·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유로화가치는 작년 11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그나지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탈리아가 국채 투매 우려가 커지는 등 신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연정 출범이 좌절되면서 다시 무정부 상태가 됐다. 스페인에선 제1야당인 사회당이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제안한 상태다.

이탈리아 밀라노 FTSE MIB 지수는 28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2.08% 하락한 21,932.69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에만 6% 넘게 떨어졌다. 스페인 증시의 IBEX 35 지수도 0.63% 하락했다.

동유럽 국가는 EU가 300억유로 규모의 지원금을 남유럽 국가에 돌리는 결속기금 개혁안을 내놓기로 한 뒤 불안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에 대한 지원금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유럽 국가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는 2월 이후 폴란드(11.4%), 헝가리(10.9%), 체코(10.0%), 불가리아(7.6%) 등이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브라질 금융시장은 8일째 계속된 트럭운전사 파업 여파로 큰 혼란에 빠졌다. 28일 달러화 대비 헤알화가치는 지난 25일보다 1.64% 떨어졌다. 상파울루 보베스파 지수도 4.49% 급락했다. 베트남 증시 역시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의 영향으로 3% 이상 내렸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