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脫)원전·탈석탄을 전면에 내세운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공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서부발전 등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국내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부분을 수입·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LNG가 원자력과 석탄 화력의 대안으로 떠올라서다.

◆외면받는 원자력·석탄

에너지 공기업 울상인데… 가스公만 나홀로 好好
원전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공기업은 줄줄이 ‘실적 충격’을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25개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지난 1분기 18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7393억원) 대비 75.2% 급감한 수치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2조6878억원에서 1조9839억원으로 26.2% 감소했다. 한전은 올 1분기 12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4개 발전회사의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국제 석탄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게 발전회사들의 설명이다.

서부발전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30.1% 감소한 1903억원, 남부발전은 28.5% 줄어든 2110억원을 기록했다. 에너지기업인 A사 관계자는 “발전 비용이 가장 싼 원자력과 석탄 비중을 낮춘 대가가 당초 예상보다 컸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싱글벙글’

가스공사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에너지 전환정책의 대표적 수혜 업체로 꼽혀서다. 가스공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96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늘었다. 매출은 8조7715억원으로 13.6%, 당기순이익은 7811억원으로 56.2% 증가했다.

남북한 경제협력 기대가 커진 점도 가스공사엔 호재다. 정부는 러시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북한 파이프라인을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LNG 등 천연가스 수입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가스공사는 다른 공기업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급등해 천연가스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다”며 “해외 자원개발 역시 대부분 LNG 프로젝트여서 수익성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의 호주 글래드스톤 LNG 프로젝트가 유가 상승 덕분에 작년 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한 게 대표적 사례다.

또 다른 가스공사 관계자는 “입사한 지 5년 이상 된 직원은 대부분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가가 연초 대비 30% 넘게 올랐다”며 “2015년부터 3년 연속 하위등급(D)을 받았던 경영평가 역시 올해 개선돼 성과급을 많이 받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