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잇츠온’으로 만든 치킨라따뚜이(왼쪽)와 마켓컬리의 밀키트용 채소(오른쪽).
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잇츠온’으로 만든 치킨라따뚜이(왼쪽)와 마켓컬리의 밀키트용 채소(오른쪽).
결혼 5년차 맞벌이 부부인 김성진 씨. 결혼 초에는 주말마다 직접 요리를 했지만 얼마 안 돼 포기했다. 한 번 장을 보고 나면 재료가 남아버리기 일쑤고 식재료 손질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끼 먹고 치우는 데 2~3시간씩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손질이 다 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레시피가 동봉된 ‘밀키트(Meal Kit)’를 알게 되면서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요리를 직접 한다는 즐거움도 크고 외식보다 비용은 30~40% 이상 적게 든다”며 “버리는 게 없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간편하지만 건강한 집밥을 찾는 1인 가구,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밀키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30개 업체가 경쟁하는 가운데 고급화·전문화된 제품도 등장했다.

◆‘시간 절약’과 ‘건강식’… 일석이조

밀키트는 ‘쿠킹박스’ 또는 ‘레시피박스’로 불린다.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 먹는 완전조리상품이나 반조리상품과 달리 요리에 필요한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이 세트로 구성된 제품이다. 레시피 카드에 적힌 조리법 순서대로 포장을 뜯어 15~20분 정도 요리하면 된다. 신선 냉장 상태로 배송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것도 다른 간편식과의 차별점이다. 최초의 밀키트 배달 사업은 2012년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블루에이프런이 선보였다. 미국에서만 150여 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캠벨, 허쉬, 타이슨푸드 등 대형 식품업체와 홀푸드마켓, 아마존 등 유통업체가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뉴욕타임스도 밀키트 사업을 한다.

국내 밀키트 시장에서는 식품업체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부터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하는 ‘잇츠온’ 브랜드로 밀키트 사업을 하고 있다. 프라임 스테이크, 치킨 퀘사디아, 비프 찹스테이크 등 20여 종을 판매한다. 동원홈푸드도 ‘더반찬’을, GS리테일과 NS몰은 각각 ‘심플리 쿡’과 ‘10분 레시피’를 내놨다. 이 외에 프렙, 테이스트샵, 배민프레쉬, 마이셰프, 헬로네이처, 마켓컬리 등도 밀키트 사업을 하고 있다. 김동주 한국야쿠르트 마케팅이사는 “밀키트는 건강한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를 위한 정성스러운 요리”라며 “조리되기 전의 식재료 상태를 직접 볼 수 있고 요리법도 간단해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셰프가 만들고, 당뇨식도 등장

밀키트 시장은 점점 고급화·전문화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남 유명 레스토랑 그랑씨엘의 이송희 셰프와 손잡고 프리미엄 밀키트 ‘셰프 박스’를 지난달 내놨다.

현대백화점의 고급 전통식품 브랜드 명인명촌의 유기농 매실액을 쓴 차돌박이 겉절이, 부산 기장 다시마와 셰프의 소스가 만난 양념장어덮밥 등을 선보였다. 가격은 다른 밀키트보다 5~10% 비싸지만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식품 배송 스타트업 매직테이블은 전 호텔 셰프, 영양사, 요리연구가로 구성된 레시피팀이 개발한 요리를 밀키트로 내놓는다. 10분 안에 간편하게 식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매주 10가지 새로운 식단을 구성해 선보인다.

닥터키친은 당뇨 환자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420여 개 식단을 개발해 집까지 배송한다. 밀가루 대신 곤약을, 설탕 대신 올리고당을 쓰는 방식이다. 강임규 닥터키친 이사는 “대학병원과의 협업, 특급호텔 셰프와의 레시피 개발로 ‘환자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새로운 밀키트를 개발했다”며 “일반 식단 외 건강한 식단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원대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