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에 있는 농기계 제조업체인 동성사 정철영 대표는 2015년 사업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본 경쟁사의 공세와 탄소배출권 규제 등을 앞두고 판매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91억원이던 매출이 2016년 76억원으로 급감했고 이직도 잇따랐다. 반전의 계기는 한 기업인 모임에서 주선받은 삼성전자의 현장혁신 활동을 포함한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이었다.

처음에는 농기구 제조업체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제조혁신 전문가 4명이 8주간 상주하며 개선활동에 나섰다. 첫날 오전 7시30분부터 화장실을 청소하는 멘토의 모습은 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작업장 환경이 개선됐다. 아무렇게나 널려 있던 볼트 케이블 접착제 등 4000여 개 부품이 자리를 잡았다. 물류 동선이 줄고 체계적인 물품 관리도 가능해졌다. 올해 예상 매출은 132억원에 달하고 2년 전 52명이던 직원도 최근 86명으로 불어났다. 정 대표는 “막막하던 시기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대기업 전문가들이 자기 회사처럼 이른 아침 청소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삼성 멘토 덕분에 매출·고용 두 토끼 잡았어요"
◆현장혁신 활동으로 외형 ‘쑥쑥’

삼성전자의 현장혁신 활동 덕분에 실적이 개선되고 직원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충남 논산시에 있는 점착테이프업체 위더스코리아도 2015년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밀려 매출이 줄고 품질비용이 증가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삼성 멘토의 도움으로 임직원의 의식구조가 확 달라졌다. 멘토가 한두 시간 먼저 출근해 생산현장 구석의 찌든 기름때와 먼지를 청소하자 임직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업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 보관대와 운반 용구를 제작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동안 테이프 두께 측정 때 라인을 멈추고 가장자리만 선별적으로 수작업 해 불편함이 많았다. 멘토의 조언으로 두께 측정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라인 가동 중에 실시간 측정이 이뤄져 생산성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전남 나주시에 있는 좋은영농조합은 배즙 등 과일음료를 제조하는 업체다. 가을 수확기에 생산이 집중되고 품질 불량이 많아 10년째 매출이 답보 상태였다. 하지만 부품 정리와 동선 점검을 통해 현장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물류 단계도 줄였다. 정량 주입 및 포장 자동화 라인을 구축하는 데 기술적인 도움도 받았다. 생산성이 70%가량 향상됐다.

건조과일칩(과자)을 생산하는 헵시바도 멘토 덕을 톡톡히 봤다. 101건에 달하는 제조 현장개선 작업을 했고 안전한 제조현장을 만들기 위해 환경안전 전문가까지 파견됐다. 김현수 대표는 “이전까지 수차례 컨설팅을 받아봤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며 “멘토들의 솔선수범 덕분에 생산성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첫걸음은 제조현장 혁신

상당수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은 그림의 떡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력 부족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곳이 수두룩하다. 당장 작업 환경 자체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정리만 제대로 하고 업무 환경만 조금 바꿔도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 물론 이들 업체도 제조 현장혁신 활동을 기반으로 향후 스마트공장 도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은 필수 생존전략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제조업 부흥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 개 구축을 목표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약 5000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이 중 약 40%가 대기업의 상생협력사업 예산 지원으로 세워졌다. 업계에서는 민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스마트공장 사업의 성공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현장혁신 활동이 기업의 근무 환경은 물론 의식구조까지 바꾸고 있다”며 “스마트공장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