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판단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 흐름이 괜찮다’고 강조하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생산·투자지표가 동반 하락하고 ‘고용 충격’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고용을 강조하는 한은으로서도 섣불리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종전 7월 금리 인상론을 접고 10월 인상을 점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앞으로 한국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올 2월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는 99.8이다. 1월(99.8)에 이어 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건 2014년 9월(99.8) 이후 약 40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통상 100을 기준점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한 한은으로서도 이 같은 지표 하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세에 뚜렷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자칫 경기 하강의 골을 더 깊게 할 수 있어서다. 고용 악화 외에 치솟는 국제 유가와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요인도 녹록지 않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7월 금리 인상론을 거둬들였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인 임지원 JP모간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이 신임 금융통화위원에 내정되면서 7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한은의 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종전 7월에서 10월로 늦췄다. 경기지표 부진과 수출 하방 리스크, 금리 결정 때 실물부문의 중요도 증가 등을 감안해서다. 또 다른 글로벌 IB인 소시에테제네랄(SG) 역시 거시지표 부진을 이유로 올해 한은의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종전 1회에서 0회로 낮췄다.

한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신중론이 급격하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가시화하기 전까진 한은이 중립적인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져 10월 전후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