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사진)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를 놓고 한 말이다. 엘리엇이 ‘시비’를 계속 걸더라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며 그룹 지배회사이자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및 현대모비스의 중장기 비전 등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현안을 본격적으로 챙기며 경영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미래… 지배구조 개편 흔들리지 않을 것"
추가 주주친화 방안 내놓을 듯

엘리엇은 대놓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라는 게 엘리엇의 요구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모든 자사주를 소각하고, 주요 계열사의 배당성향을 순이익의 40~50%로 확대하라는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아들인 정 부회장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사들여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1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엘리엇의 공세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주주들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은 경청하고 수용하겠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가 그동안 발표한 주주친화 방안에 대해 여전히 일부 주주들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은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주주친화 방안 발표도 시사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개된 주주친화책은 전부가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현대차가 1조원어치, 현대모비스가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주요 계열사의 의사결정 구조도 더 투명하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정 부회장은 “계열사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외국인과 여성 사외이사 진출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모비스 중심으로 그룹 체질 ‘대변신’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그룹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관련 기술 중심 회사로서 다른 계열사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황금알을 낳게 될 거위인 현대모비스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구체적 대안도 소개했다. 그는 “현대모비스가 자체적 핵심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전장(電裝) 분야 등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의 향후 ‘롤모델’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는 독일 보쉬나 일본 덴소, 미국 델파이 등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회사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룹의 미래도 얘기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보다 더 ICT 회사답게 변화하는 데 있다”며 “이를 주도할 곳은 현대모비스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성공 여부에 그룹 미래가 달려 있다”며 “사회적 평판 측면에서 최고 회사가 되는 게 현대차그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가 늦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처럼) 현대차가 ‘빅 트렌드’를 놓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