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2013~2017년 요건에 미달하는 임직원 자녀 13명을 특혜채용한 혐의가 적발됐다고 11일 발표했다. 해당 임직원 중에선 현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포함돼 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또 정치인과 금감원 직원의 추천으로 자격 미달인 지원자가 채용된 혐의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신한금융 계열사가 연령과 성별에 따른 차등채용을 한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신한금융의 채용비리 혐의를 검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금감원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13명 특혜채용"
◆“현직 CEO 자녀 특채 정황”

금감원은 지난달 12일부터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신한생명 등 신한금융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이날 내놨다. 금감원이 적발한 특혜채용 정황은 총 22건이었다. 회사별로는 신한은행 12건, 신한카드 4건, 신한생명 6건이었다.

이 중 임직원 자녀 특혜채용은 총 13건이었다. 현직 신한금융 계열사 CEO의 자녀는 2016년 신한카드 채용 과정에서 서류심사 기준으로 지원자 1114명 중 663위였다. 이 같은 성적은 합격 순위(128위)보다 한참 뒤처진 수준이었지만 해당 지원자는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또 임원면접에서도 6명의 면접위원 중 2명으로부터 ‘태도가 좀 이상함’ ‘발표력 어수선’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최종합격했다. 해당 직원은 지난 3월 말 퇴사했다.

신한은행에선 총 12건의 특혜채용 정황이 발견됐다. 모두 2013년 채용 전형에서다. 5건이 임직원 자녀였고, 7건이 ‘외부 추천’이 기재된 인물이었다. 임직원 자녀들은 낮은 학점 등으로 서류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일부는 실무면접에서 최하위권 등급을 받았음에도 모두 최종합격했다. 외부 추천을 받은 7명 또한 단계별 전형에 통과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으나 채용됐다. 신한생명은 2013~2015년 채용 과정에서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6명의 서류심사 점수를 임의로 상향 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특혜채용한 정황이 적발됐다.

◆일정 연령 이상 탈락도

연령·성(性)차별을 한 정황도 있었다. 신한은행은 연령에 배점 차등을 두거나 일정 연령 이상을 탈락시켰다. 2013년 상반기 서류전형에서 남자 연령을 기준으로 1985년 12월 이전 출생자에게 1점, 1986년생 2점, 1987년생 3점, 1988년생 4점, 1989년 이후 출생자에겐 5점을 배점했다. 신한카드는 2017년 채용 과정에서 채용공고문에 연령제한이 없다고 해놓고 33세 이상(병역필 기준) 지원자를 서류심사에서 자동 탈락 처리했다.

또 서류전형 단계부터 남녀 채용 비율을 7 대 3으로 정하고 이후 면접전형 및 최종 선발 때도 이 비율이 유지되도록 관리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처럼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신한금융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이 조만간 검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검찰에 이첩할 계획으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경영관리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아직 검사 결과가 공식 통보되지 않아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다”면서도 “향후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채용비리 정황 중에서 금감원 직원이 연루된 사례도 발견됐다. 금감원 직원은 신한은행 채용에서 정·관계 유력인의 지인을 추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발표된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서도 금감원 직원 2명이 채용 청탁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내부 청렴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채용비리를 검사해야 할 감독당국이 특혜채용을 부탁하거나 전달한 만큼 검사 결과의 신뢰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