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로 점주 모신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2500호점 일궜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이 커지자 이디야커피 본사에는 가맹점주의 전화가 빗발쳤다. 조현아·조현민 전 한진그룹 임원이 이디야커피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과 이디야커피가 특수관계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사진)은 한진그룹 측과 계약 해지에 합의한 뒤 지난 3일 자사 홈페이지에 “이디야커피는 한진그룹과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문 회장의 이 같은 대응은 이디야커피가 걸어온 가맹점주와의 상생 원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문 회장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회사”라고 강조해왔다. 토종 커피전문점 이디야는 지난달 2500호점을 돌파했다. 퇴출 은행원(동화은행) 출신 문 회장이 맨손으로 창업한 지 17년 만이다.
'3無'로 점주 모신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2500호점 일궜다
◆지역 거점 개발…폐점률 1%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점포 수 2000개는 ‘마의 숫자’다. 현재 국내 2000개 이상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는 편의점 4사를 제외하고 파리바게뜨, 크린토피아와 이디야뿐이다. 이디야는 또 폐점률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최저다. 이디야의 지난해 매출은 1841억원, 영업이익은 202억원을 기록했다.

이디야는 2001년 중앙대점에서 시작했다. 가맹비 월 25만원의 일괄 정액제를 도입했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나누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 다르게 시작했다. 초반에는 점포 수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2010년만 해도 200개 점포에 그쳤다. 무분별한 출점이 자칫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매장 수가 1000호점을 넘어서면서 이디야는 지역 거점을 마련했다. 2011년에는 영남사무소를, 2016년에는 호남사무소를 각각 개설했다. 서울 본사와 각 지역을 연결하는 동시에 지역 특성에 맞게 점포를 개발하고 유지·관리하는 개념이다. 영남사무소는 2014년 ‘영남사업부’로 승격됐고, 초기 33개였던 점포 수는 400개를 넘어섰다. 이디야 관계자는 “호남사무소 개설 이후 다른 지역 평균보다 20% 이상 높은 매장 증가율을 보였다”며 “지역 거점이 생기면서 가맹점주의 교육 아카데미 등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점주들의 목소리도 더 경청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맹점 살아야 본사가 산다”

문 회장은 가맹점과의 상생 프로그램도 장기간 다양하게 펼쳐왔다. 2015년부터 도입된 ‘막뚫굽펴(막힌 데는 뚫고 굽힌 데는 펴자)’ 사내제안 제도가 대표적이다. 신입 직원부터 임원까지 현장 경영과 상생 경영을 위한 아이디어를 게시판에 게재하고, 제안 내용은 ‘3일 내 확인, 1주일 내 처리’를 원칙으로 삼는다. 누적 제안이 2000건을 돌파하면서 ‘가맹점주 자녀 캠퍼스 희망기금’ ‘전 임직원 현장동행 방문’ 등의 제도가 정착됐다. 6년째 진행하는 상생협력 사업인 ‘이디야 메이트 희망기금’ 등도 가맹점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기금 사업이다.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실시간 수렴할 수 있는 ‘점주의 방’도 운영하고 있다.

이디야에는 세 가지가 없다. 스타마케팅, 가맹점 간 상권 침해, 무리한 가격 경쟁 등이다. 이디야는 지금까지 스타 모델을 쓴 적이 없다. 판촉·광고비 등의 마케팅 비용도 전액 본사가 지원한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7년째 매년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이디야 뮤직페스타’도 본사가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다.

가맹점의 영업권 보장도 원칙으로 삼았다. 가맹 계약을 할 때 점주가 영업 상권을 직접 표기하도록 하고, 그 지역 내에는 다른 이디야 매장이 출점하지 못하도록 본사가 관리한다.

저가 커피 열풍으로 경쟁사들이 공격경영을 할 때도 ‘품질 경쟁’을 택했다. 이디야는 매년 연구개발(R&D) 비용을 20% 이상 늘려 제품 개발과 품질 관리에 쓰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