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통기업이 실적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나홀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초저가 상품점 다이소다.

규제 안 받는 다이소 '승승장구'… 국내 2위 GS수퍼보다 매출 많아
한국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1조6457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2014년 8900억원에서 3년 만에 두 배 가량으로 늘었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 대비 32.4% 껑충 뛴 1497억원에 이르렀다.

다이소가 급성장한 데는 대형 유통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의 ‘반사이익’ 효과가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유통 대기업의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의무휴업 규제 등이 다이소에는 적용되지 않아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이소가 작년에 거둔 매출은 국내 슈퍼마켓 2위 GS수퍼마켓 매출(1조4599억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인 GS수퍼에 적용되는 규제가 다이소엔 없다.

다이소는 GS수퍼와 달리 매장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 점포는 전통시장 인근에 문을 여는 게 쉽지 않다. 반경 1㎞ 이내에 전통시장이 있으면 상인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 결과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상인들 반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지자체가 여간해선 영업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

다이소는 인근에 전통시장이 있어도 상인들과 협의할 의무가 없다. 심지어 시장 안에도 매장을 낼 수 있다. 다이소는 등촌시장 등 서울 전통시장 곳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상인과 품목이 많이 겹쳐도 출점하는 데 문제가 없다.

다이소는 영업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슈퍼와 대형마트는 공휴일에 월 2회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도 못 한다. 다이소는 의무 휴업도, 영업시간 규제도 없다.

다이소가 ‘대형점포 전략’을 쓰자 “골목 상권을 초토화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이소는 최근 1000㎡ 이상 대형 매장을 속속 열었다. 작년 6월 문을 연 서울 명동점은 8층 건물 전체가 다이소 매장이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점은 영업면적이 1650㎡에 달한다.

동네 문방구와 시장 상인이 ‘다이소 출점 반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자 다이소 측은 지난 2월 “겹치는 품목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적 상생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다이소를 규제해야 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월 다이소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중기부는 올 상반기에 규제 여부를 결론 낼 예정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