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지난 2월 초 롯데쇼핑에 채용박람회를 함께 열자고 요청했다. 두 달여 뒤 개점할 롯데몰 군산점(사진)에서 일할 직원들을 지역 내에서 최대한 많이 선발해 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하면서 “군산을 특별고용재난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던 시기였다.

롯데쇼핑이 지난 3월2일 고용부 군산지청과 함께 연 채용박람회엔 1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3000여 명이 몰렸다. 이 중 400여 명이 군산점에 채용됐다. 지난달 27일 개점한 롯데몰 군산점에선 현재 76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채용박람회에서 뽑힌 400여 명을 포함한 650명이 지역 주민이다. 다른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아울렛보다 지역 주민 비율이 20~30%포인트 높다.
롯데몰 군산점, 문 열자마자 '이중 규제' 날벼락
◆“고용부는 채용박람회 열라더니”

고용부와 함께 채용박람회까지 개최한 뒤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이 개점 나흘 만에 “영업을 일시 중단하라”는 압박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고 있다.

롯데쇼핑이 지역 소상공인 단체들과 상생 합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기부의 지난달 26일 일시 영업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개점을 강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달 30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했다. 중기부는 이르면 이번주 영업 일시정지 이행을 명령한다. 이후 7~10일 이내에 롯데쇼핑이 상생 합의 없이 영업을 계속하면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후 사업조정 권고 및 이행명령까지 거부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상생펀드 100억원 저금리 대출

롯데몰 군산점을 둘러싼 논란은 백화점·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 대형 점포 출점에 대한 ‘이중규제’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체들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우선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을 하려면 지역상인들과의 상생방안 합의가 필수다.

롯데쇼핑도 군산점 출점을 위해 2016년 12월 군산지역 소상공인협회를 주축으로 구성된 ‘군산 롯데몰 입점저지 대책위원회’와 상생방안에 합의했다. 상생기금으로 롯데쇼핑이 전북신용보증재단에 20억원을 출연하는 게 핵심이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가 출연한 20억원을 토대로 전북신용보증재단은 10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했고, 지난주까지 68억원이 연 2%대의 낮은 금리로 소상공인들에게 대출됐다”고 말했다.

◆상생 합의했던 일부가 또 기금 요구

상생 합의로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이 마무리되자 롯데쇼핑은 2017년 1월 군산점 착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군산의류협동조합, 군산어패럴상인협동조합, 군산소상공인협동조합 등 3개 조합이 이번에는 상생법을 근거로 중기부에 잇따라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들 3개 조합은 군산점 개점을 3년 연기하거나 260억원의 상생기금을 추가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 중 군산어패럴상인협동조합은 2016년 12월 상생방안에 합의한 소상공인협회에서 이탈한 상인들이 꾸린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 지역에서조차 “상인들이 단체를 달리해 가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롯데쇼핑과 이들 단체는 올 들어 개별 면담과 여덟 차례의 자율조정회의를 열어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약속한 개점시기가 다가왔고, 롯데쇼핑은 예정대로 군산점을 열었다. 100여 개 입점 업체와 직원들을 그냥 놀릴 수만은 없었다.

롯데쇼핑은 중기부가 이행명령을 내린 지난달 30일 3개 조합에 기존 상생방안을 수정해 제안했지만 조합 측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의 다른 관계자는 “영업을 정지하면 고객, 직원, 입점 상인, 협력사에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소상공인 단체들과 더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몰 군산점은 조촌동 사거리 인근에 들어섰다. 영업면적 2만5000㎡ 규모로 도심형 아울렛, 시네마, 대형서점 등으로 구성됐다.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달리 적지 않은 시민들은 “가족이나 연인들이 주말에 시간을 보낼 만한 시설이 군산에도 생겼다”며 반기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