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하 회장(왼쪽부터), 이문용 대표, 정성욱 회장, 조용국 회장, 박병욱 대표.
이재하 회장(왼쪽부터), 이문용 대표, 정성욱 회장, 조용국 회장, 박병욱 대표.
지역 경제 주춧돌인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이 올해 절반 가까이 교체되고 있다. 70세 이상 기업인들이 대거 물러나고 그 자리를 50, 60대 경영인들이 채우면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상의 회장들이 경영하는 기업 분야도 첨단 정보기술(IT), 자동차 부품, 유통 등으로 다각화되는 추세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의 72곳 지방상의 중 59곳(72%)이 회장단 선거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2곳 지방상의가 신임 회장을 맞았다. 올해 선거가 남아 있는 지방상의는 3곳이다. 대한상의는 이 선거에서도 회장 한두 명이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지방상의 회장 두 명 중 한 명꼴로 신임 회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지방상의 회장단 변화 중 가장 큰 폭”이라고 전했다.

견실한 중견기업 창업주들이 대거 지방상의 회장직을 수락한 것도 예년에는 볼 수 없던 흐름이다.
지방상의 회장단, 5년 젊어지고 중견기업인 늘어
대전상의 회장으로 선임된 정성욱 회장이 1981년 창업한 금성백조주택은 지난해 매출 4541억원, 영업이익 607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13.37%에 달했다. ‘예미지’로 알려진 아파트 사업 외 건축, 토목, 부동산개발, 환경플랜트 등 다양한 건설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대구상의 회장과 전북 익산상의 회장으로 각각 뽑힌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과 이문용 하림 사장은 매출 9000억원 안팎의 중견기업 경영인이다. 두 회사 모두 코스닥시장 상장사다.

충북 음성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박병욱 금화전선 대표는 2009년 음성에 신공장을 세운 뒤 해외 고압 케이블 시장을 적극 개척해 회사 덩치를 키웠다. 이 회사 매출은 2007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1443억원으로 10년 동안 약 3배 급증했다.

50~60세 오너 출신 경영인들이 상당수 지방상의 회장단에 들어온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새로 바뀐 신임 회장 10명 중 6명(62.5%)의 나이가 65세 이하다. 70세 이상 경영인은 4명(12.5%)에 불과했다. 신임 회장의 평균 나이는 64세로 교체 전 69세보다 5년이 낮아졌다. 박종갑 대한상의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은 “올해 새로 선임된 지방상의 회장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구조조정 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만장일치로 경남 양산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조용국 코렌스 회장은 “지방에서도 창업 당시 기술과 노하우만 고수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들이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연구개발(R&D)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지방상의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창업한 자동차 부품회사 코렌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09%에 이르렀다. 매출 2500억원 안팎의 중견기업인데도 국내 주요 대기업 못지않은 수익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뿐 아니라 BMW,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해외 완성차업체를 뚫은 게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비결로 꼽힌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30%가 해외 기업에서 나온다. 중국 미국 오스트리아 등 3곳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과 독일에는 자체 연구소를 두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