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들어 호재와 악재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일 요동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판문점 선언’ 등 국내외 변수가 예상치 못하게 두드러지면서 당분간 ‘널뛰기 장세’가 연출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내외 변수 따라 널뛰는 환율… 어디로 튈지 모른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원60전 내린 1068원에 마감했다. 남북한 정상회담의 훈풍이 한발 늦게 외환시장에 불어온 영향이다. 이날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원60전 급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3월부터 두 달 새 14원80전 떨어졌다.

올초만 해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하지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 등으로 북한 위험 요인이 완화되면서 다시 하락세를 띠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 간 환율 협의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점차 가팔라졌다.

그렇다고 원화 강세 요인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5일 미국 국채(10년물 기준)가 4년 만에 ‘연 3% 시대’를 열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뛰었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띤 영향이다. 북한 리스크 완화로 달러당 105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금세 달러당 1080원을 넘보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상승세인 국제 유가 등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확대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한층 더 가팔라질 수 있고, 이에 따른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원화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다.

일단 시장 참여자들은 올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미 국채 금리 상승 등 원화 약세 요인보다 강세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27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외환시장 개입 공개를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이 여전하다는 것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원화 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050원대까지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수 있지만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한 외환당국의 경계 심리가 나타나고 있어 속도 조절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