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신규고용 창출 기대…"'직장 있는 삶' 살고 싶어"
취업준비생들 "기업들, 비정규직·계약직 등 '꼼수' 충원은 말길"
[현장목소리] "올해는 취업하겠죠?"… '취직꿈' 꾸는 청년실업자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하니 사람을 더 뽑겠죠? 올해 꼭 취업하고 싶어요."

4년간 다니던 직장을 올해 1월 그만두고 취업을 준비 중인 정모(32)씨는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기업들의 채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저녁 있는 삶'에 대한 직장인들의 기대뿐 아니라 '직장 있는 삶'에 대한 청년실업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제대로만 정착한다면 기존 근로자는 과중한 근로시간이 줄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고, 일자리에 목마른 구직자는 취업을 기대할 수 있어 '윈-윈'인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장근로 시간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주 52시간 초과 노동시간(647만5천 시간)만큼의 유효노동이 줄어들지만, 이를 보전하기 위해 12만5천∼16만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직장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 정씨와 같은 청년실업자들이 겪는 취업난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학 졸업 직후인 2014년 물류서비스 관련 중소기업에 취직한 정씨는 4년간 '저녁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잦은 야근과 잔업으로 평일에는 오후 9∼10시에 퇴근하기 일쑤였고, 토요일에도 나와 일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살다가 결혼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사표를 냈다"며 "일을 그만둔 뒤 재취업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 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장목소리] "올해는 취업하겠죠?"… '취직꿈' 꾸는 청년실업자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에 근로시간 단축이 우선 적용되면서 규모가 있는 안정적인 회사들이 신규고용을 늘릴 것 같다고 정씨는 기대했다.

정씨는 "기업들이 '꼼수'를 쓸까 봐 우려되기도 한다"며 "필요한 인원을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계약직 직원으로 충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다니던 회사는 주당 68시간 근무도 지키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당국에서 강하게 단속해서 모든 기업체가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윤모(27·여)씨 역시 근로시간 단축이 청년실업자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 같다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윤씨는 지난 2년간 꾸준히 취업원서를 냈지만, 문과생을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윤씨는 "2015년부터 취업 준비하면서 집에서 용돈을 받아 쓰느라 눈치가 많이 보였다"며 "기업들이 채용을 확대해 친구들 모두가 올해는 취업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 관련 업무를 하고 싶었지만, 뽑지 않은 곳이 많아서 지원조차 못 한 곳이 많았다"며 "올해는 공무원시험도 함께 준비하고 있지만, 좋은 기업이 채용 공고를 낸다면 원서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해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생인 조모(26)씨도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이제 막 취업원서를 내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뜻밖의 희소식"이라며 "주변 친구들을 봐도 취업이 안 돼서 울상인데 작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