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편의점 GS25 가맹점주를 상대로 5년간 약 4000억원의 현금을 풀겠다며 ‘깜짝 발표’를 했다. 점주들에게 전기요금 100%를 지원해주고, 매출 부진 점포에 보조금까지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점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편의점 相生 끝엔 苦生 온다?
이 발표가 나간 뒤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취지는 좋지만 다른 편의점과 ‘조율’이 안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청와대 회동 직전에 나온 것이어서 “정부의 상생 요구에 GS가 총대를 멨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GS리테일의 상생안은 경쟁회사로 확대됐다. CU는 작년 12월 5년간 45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내놨다.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도 ‘가맹점주 상생안’을 발표했다.

상생안이 올 1월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편의점 본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GS리테일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61억원) 대비 14.3% 감소한 223억원으로 추산된다.

메리츠 삼성 IBK 대신 신영 등 5개 증권사의 추정치 평균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기존 1.4%에서 1.1%로 내려앉았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22.5% 감소한 297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매출은 약 10% 증가한 1조312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양지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CU의 경우 1분기 점주 지원 비용으로만 100억원 이상 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초 이들 기업은 “상생안을 시행해도 이익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편의점 숫자를 계속 늘려가 비용 증가분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봤다. GS25와 CU는 지난 1분기에만 점포 수를 1000개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100% 전기요금 지원이 대표적이다. GS리테일이 기존 50%였던 전기요금 보조금을 100%로 늘리자 일부 점주의 모럴해저드가 생겼다. 추가 전기요금 지원금 최대치 50만원 한도까지 쓴 점포도 많았다. 에어컨을 트는 2~3분기에는 이 비용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편의점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GS25는 종이컵, 나무젓가락 등 일부 품목 가격을 인상했다. CU도 햇반, 비비고, 코카콜라 등의 가격을 높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상생안은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