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강하고 감내할 수 있는 가격이나 상승 지속엔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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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으로 접근하면서 미국 경제에 미칠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가는 2016년 배럴당 26달러의 저점을 찍으면서 석유 생산업체들에 뼈아픈 타격을 가한 바 있다.

그 충격은 주식과 채권 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으로도 파급됐다.

최근의 유가는 지난해 여름의 저점과 비교하면 약 70%가 오른 상태다.

미국의 석유 생산업체들은 이에 힘입어 수출도 늘리는 추세다.

물론 현재의 유가는 미국 경제로서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배럴당 70달러는 수요를 해치지 않고 에너지 업계의 회복을 뒷받침함으로써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가가 이보다 더 높아진다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휘발유와 기타 석유 제품의 소비자 가격 상승은 일종의 세금과 같은 효과를 낸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길로 간다면 경제성장률은 둔화하고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이미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을 2014년 이후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주요 주가지수는 끌어내리고 있다.

내틱시스의 조지프 라보그냐 미주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보다 더 빨리 경제에서 돈을 빨아들일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칼라일 그룹의 제이슨 토머스 리서치부장은 "우리는 골디락스 구역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고 말하고 "배럴당 10∼15달러가 오른다면 분명히 이런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글로벌 경제의 회복으로 과잉 공급분이 소진된 것은 물론 석유 수요가 계속 확대된 탓이다.

골드만 삭스는 올해 1분기의 석유 수요 증가율이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올여름에 운전자들이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휘발유를 사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하고 저소득층에는 감세조치로 인한 혜택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유가 상승이 수요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유가 상승이 점진적이었으며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아직 갤런당 4달러를 찍었던 2008년의 고점을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올랐지만 수요는 아직 강력하다.

많은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유가가 소비 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머지않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가 고유가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브렌트유가 지난 20일 배럴당 74.06달러까지 오른 데서 보듯 해외 유가는 미국 유가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업체가 수출을 확대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베스머 트러스트의 조지프 태니어스 선임 투자전략가는 과거에 미국은 해외 석유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하고 "유가가 완만하게 오른다면 어느 정도 혜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석유와 천연가스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이다.

하지만 일부 석유 생산업체들은 유가가 지나치게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즈의 스코트 셰필드 회장은 지난주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이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수요를 놓치고 수요가 대체 에너지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럴당 70달러, 80달러가 된다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