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K푸드 거점 완성
CJ제일제당이 1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비비고 만두’를 본격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 해외 만두 공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 본격 가동으로 세계 만두 시장 거점이 완성됐다”며 “6조원대의 글로벌 만두 시장에서 202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완차이페리, 삼전, 스니엔 등 세 개 중국 업체와 일본 아지노모토에 이어 글로벌 만두시장 5위다. 성장세는 다섯 개 업체 중 가장 빠르다.

비비고 만두는 2013년 출시 이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비비고 만두는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50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K푸드 세계화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며 해외 매출 비중(47%)이 국내 매출 비중(53%)을 거의 따라잡았다. 만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한식문화 전파를 위한 ‘첨병’으로 꼽은 식품이다. 이 회장은 비비고 만두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2014년부터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비비고 만두의 매출이 오르면서 다른 한식 브랜드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7000억원이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K푸드 거점 완성
러시아 냉동만두 시장은 1조5000억원대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러시아 3위 냉동식품업체인 라비올리를 300억원에 인수했다. 러시아 내수 시장에서 냉동가공식품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향후 북유럽과 독립국가연합으로 수출하겠다는 청사진이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의 세계화를 위해 5년간 200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세웠고, 러시아·베트남·독일에는 현지 회사를 인수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거점을 마련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이번 러시아 만두 공장 가동은 한국 식문화의 세계화를 통해 국가 미래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라며 “비비고 브랜드를 한국 대표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K푸드 거점 완성
이재현 CJ그룹 회장, K푸드 거점 완성
‘만두’로 한식 세계화 기틀

비비고 만두는 출시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기간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에서 40%대로 올랐다. 비비고 만두가 잘 팔리는 이유는 철저한 고급화 전략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식품은 미래 첨단산업이고, 연구개발(R&D)을 통해 품질의 완벽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비비고 만두가 처음 출시된 2013년까지 냉동만두는 ‘만들기 귀찮아 사 먹는 인스턴트 식품’이었다. CJ제일제당은 만두의 무게를 기존 개당 13.5g에서 35g으로 늘리고 만두피를 얇게 만든 뒤 속 재료를 갈아 넣는 대신 잘라 넣는 방식 등을 개발했다. 식감과 육즙은 살리고 첨가물은 다 뺐다.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 식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CJ제일제당이 가공식품을 해외로 수출한 건 1962년. 일본 오키나와에 설탕을 수출한 게 처음이었다. 밀가루, 고추장, 김치, 조미료 등을 판매했지만 ‘한식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로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사먹었다. CJ제일제당은 식재료만 판매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만두는 한식이면서도 전 세계의 보편적인 메뉴다. 중국의 바오즈와 딤섬, 일본의 교자, 베트남의 짜조, 네팔의 모모, 러시아의 펠메니,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케냐의 사모사 등이 모두 비슷한 ‘족보’다. CJ제일제당은 각 나라의 식문화를 분석해 만두를 다양하게 변형했다. 미국에서 출시된 비비고 만두는 한입 크기로 줄이고 치킨과 실란트로(고수의 종류)를 넣었다. 중국에서는 만두소에 옥수수, 배추, 오이 등의 재료를 넣어 총 17종의 비비고 만두를 내놨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스프링롤, 딤섬 등과 함께 비비고 만두를 내놓는 등의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에서 25년 1위 中 링링 제쳤다

해외에서의 성과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세계 3위 냉동만두 시장인 미국에서는 25년간 1위를 하던 중국 브랜드 링링을 2016년 따돌렸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도 12%로 1위를 지켰다. 만두의 원조 국가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고급화 전략으로 성과를 냈다. CJ제일제당은 중국 남부 광저우와 북부 베이징 인근 랴오청 공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한다. ‘비비고 교황’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3년 만에 매출이 70억원에서 230억원으로 올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수요가 급증해 광저우 공장은 규모를 3배 이상 늘리는 공사를 지난해 마무리 했고, 베이징 인근 랴오청 공장도 지난달부터 생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만두 생산에 들어가면서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 부문 세계 3위권의 국가에 모두 직접 진출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의 영업망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올 하반기 전자레인지 전용 신제품 등도 출시할 계획이다. 강성민 CJ제일제당 러시아사업팀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비비고 만두'가 한국식 만두 열풍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만두를 시작으로 다양한 냉동 가공식품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비고 만두의 매출이 오르며 다른 한식 브랜드들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6% 성장한 7000억원이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