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는 오랜 기간 금융당국을 통한 정부의 인사개입에 시달려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에 대한 사퇴압박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대놓고 압박하는 금융권 인사
지난해 하반기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회장 연임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두 금융지주 모두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시점에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함께 나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회장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말 “금융회사 CEO가 경쟁자를 다 인사조치해서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만들어 계속 (연임)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중대한 책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당시 최흥식 금감원장도 “금융지주사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금융회사들은 정부 지적을 받아들여 회장과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회장을 배제하긴 했지만 뒤로는 ‘정부의 과도한 인사개입’이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 임원추천위원회에 회장 선임 절차를 잠시 중단할 것을 요청해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임추위는 예정대로 김정태 회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금감원과 검찰이 각각 진행하고 있는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 결과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각 금융지주 회장 혹은 은행장 등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적발되면 CEO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어져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친정부 인사를 CEO로 내보내기 위한 ‘자리 만들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정부가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에 관여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금융업계의 반발을 샀다. 2016년 우리은행의 실질적 민영화 후 주요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면서 은행장 채용 절차에서 빠졌다. 하지만 지난해 차기 은행장 선출을 앞두고 정부는 예보 측 사외이사를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시키려다 우리은행 노조 등의 반발로 뜻을 접었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으로 금융회사 CEO 혹은 임원으로 선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KB부동산신탁은 부회장직을 신설해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 역시 선임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이력으로 낙하산 인사설이 돌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