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6개 기업재단의 사회공헌 관련 지출이 빌&멀린다게이츠재단 1년 지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재단의 공익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공정거래법상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126개 기업재단의 지출액 6조3000억원 가운데 장학, 문화, 취약계층 지원 등 직접적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한 고유목적사업 지출은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의 1년 지출액인 3조6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기업재단의 지출액 중 사회공헌 지출을 뺀 나머지 4조7000억원은 건물 임차료, 공연장 운영비, 미술 전시비 등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을 담보하기 위한 수익사업용이었다.

전년 대비 고유목적사업 지출액 증가율은 2015년 1.6%, 2016년 2.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입액 증가폭도 각각 2.9%, 1.8%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5년과 2016년 모두 2.8%였던 점을 고려하면 기업재단의 지출과 수입 모두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다.

한경연은 한국 기업재단의 공익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로 강력한 규제를 지목했다. 한국과 달리 영국 호주는 재단의 주식 보유 한도가 없다. 미국 캐나다는 면세 한도가 있지만 계열사 주식 총수의 20%까지는 상속·증여세 면제를 보장한다.

한경연은 기업재단이 공익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기부 주식에 대한 증여세 면세 한도 5%에서 20%로 확대 △자산의 주식 비중이 30%를 넘으면 초과분에 가산세 5%를 추가 부과하는 규정 폐지 △재단의 기본재산 처분 절차 개선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